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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4월 6일

황무지 1

회사 동료와 함께 회사 앞에서 컵화분을 하나씩 받았다. 같이 간 동료는 봉숭아를 골랐고 나는 브룩스씨 집 텃밭에서 열무를 가꾸는 아내 생각이 나서 열무로 달라고 했다. 2,3일 물을 주면 싹이 올라올거라고 한다. 하루에 두 번 물을 준다. 어제 손으로 흙을 만져봤다. 아직 싹은 보이지 않는다. 아직 싹이 올라오지 않은 흙을 만지니까 2년 전에 읽은 황무지 생각이 났다. 그때까지 황무지를 읽어보지 않았고 또 당시 4월이 다가오고 있었기에  한번 읽어보고 싶었다. 전체 5장으로 된 황무지 제1장은 '죽은 자의 매장'이었는데 이렇게 시작했다. 사월은 가장 잔인한 달/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 내고/추억과 욕정을 뒤섞고/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겨울은 오히려 따뜻했다/잘 잊게 해주는 눈으로 대지를 덮고/마른 구근으로 약간의 목숨을 대어 주었다. 봄비로 깨우기 때문에 잔인하다니! 계속 자려고 하는 우리를 깨우기 때문에! 아, 엘리엇, 허명이 아니었구나. 큭 웃음을 터트리며 깊이 공감했다. 컵화분에 이틀 물을 주며 생각했다. (최근 이틀 난 가까운 동료에게 상처를 받고 어떻게 그에게 상처를 줄 것인가만 생각하고 있었다. ) 내가 물을 주는 이 시간만 난 무언가를 사랑하고 있구나. 물을 주는 이 삼십초. 나머지 23시간 59분 30초 동안 내 마음 속엔 오직 분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