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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4월 8일

2012년 11월 11권의 책 추천


도심형 재속재가수도원 신비와저항박총 원장님의 제안으로 201211월 총 11권의 책을 페이스북에 함께 추천하였습니다. 1~6권은 제가, 7~11권은 박총 원장이 추천. 참고로, 박총 원장의 페이스북 주소는 https://www.facebook.com/chong.park.79?fref=ts 

1. 우주의 구조, 브라이언 그린 지음, 출판사 승산
이 책을 읽고 내게 일어난 변화 두 가지. 내 신학 세계는 좀 더 풍성해졌고 내 지갑은 더 가벼워졌다. (ㅋㅋ) 말 그대로 수십 권의 물리학, 양자역학, 수학에 대한 책을 사서 읽게 됨. 꼭 이 책으로 시작할 필요는 없음. 거의 모든 것의 역사(빌 브라이슨, 까치)또 다른 교양(에른스트 페터 피셔,이레)으로 입문하는 것도 나쁘지 않음. ‘실재’(reality)는 우리가 아는 상식과 얼마나 다르며, ‘양자들의 얽힘불확정성이란 개념은 얼마나 매혹적인지! 그레이의 50가지 이야기보다 더 크고, 오래가는 < 지적 쾌감 >  선사하리라 확신.
2. 이야기해 그리고 다시 살아나(수잔 브라이슨 지음,인향출판사)
한 미국 영문학과 여교수가 프랑스 여행 중 숲길을 산책하다가 강간을 당함. 그후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과정을 글로 남기려는데 다음과 같은 사실을 깨닫게 됨. “우리가 일반적으로 가지고 있는 시간에 대한 개념 그리고 자기 정체성에 대한 개념을 가지고는 우리는 도저히 트라우마를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그동안 자신이 배웠던 서양철학’ - 하이데거, 러셀, 분석철학 등 - 이 전혀 도움을 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그녀는 자신이 끊임없이 변하는 이야기관계로 구성된 존재라는 것을 깨닫기 시작. 매혹적인 이 책은 현재 품절 상태. 영어 제목은 Aftermath:Violence and the Remaking of a self. 회사에서 빌려 읽다가 너무 줄을 많이 쳐서 그 책 내가 소장하고 새 책을 한 권 사서 회사에 제출. 헌책방에서 발견하면 무조건 사소서!
3. 다원주의 사회에서의 복음(레슬리 뉴비긴 지음, IVP)
뉴비긴은 인도에서 35년간 사역한 선교사. 그런데 그런 선교사가 이런 책을 쓰다니! (선교사들 무시하는 것 아님) 내가 하려는 말은 대학에서 35년 연구만 하는 교수도 쓰지 못한 책을 이 선교사가 썼다는 것임. (교수들 무시하는 중임.ㅋㅋ). 그가 다루는 건 이성, 계시, 권위, 인식론, 타종교, 세속사회, 해석 등 지성계의 (it)” "머스트 해브(must have)". 이미 이교 사회로 바뀐 영국 사회에 충격을 받고 쓴 노선교사의 매혹적인 기독교적 인식론을 홍병룡 IVP 편집장(1998년 기준)이 멋지게 번역. 특별히 나는 4, 5장에서 소개된 마이클 폴랴니의 인식론에서 큰 감동 받음. 그 깊은 내용을 그렇게 평이한 말로 소개해내다니! (마이클 폴랴니는 내 석사학위 주제. 흠흠.) 참고로, 나의 두 스승 마이클 폴랴니(1891년생)C.S.루이스(1898년생) 때문에 나는 1900년대생은 당연히(?) 1800년대생 보다 더 지혜로울 것이라는 이상한 미신에서 깨어날 수 있었음.
4. 야마모토 귀 파주는 가게(아베 야로 지음, 대원출판사)
1973년 초등학교 2학년. 난 어머니 무릎을 베고 누웠고, 어머니는 내 귀를 파주고 계셨다. 그때 내가 한 생각. 어떻게 어른들은 귓구멍이 안 보이는데도 혼자 귀를 팔 수 있지? 난 절대 못해. , 나는 40, 50대 나이들어도 한 달에 한 번 < 이 여자 > 에게 찾아와 귀를 파달라고 해야만 하는거구나. 난 평생 자유롭지 못한 사람이 되는 거야. 초등학교 2학년 소년은 그래서 어머니 무릎 위에서 우울했다. (실화). 상기 만화는 심야식당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아베 야로의 데뷔작. 귀를 파주는 가게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얘기를 성적 은유를 섞어 전개해나가는데, 쾌감을 표현하는 그림체가 압권. 누군가는 간질간질한 만화라고 소개. 그건 그렇고, 이제 눈 감고도 귀를 후비 줄 알게된 40대 후반의 한 남자. 여전히 부자유하다고 느낀다.
5. 두 지평 : 신약해석학과 철학적 기술(안토니 C. 씨슬톤 지음, 총신대학교출판부)
언어와 해석학에 관한 좀 전문적인 책인데 내용 전개는 너무 흥미진진하다. 내가 갖고 있는 영서로는 482. (한국어 번역의 완성도는 잘 모르겠다.) 거의 20년 전에 읽었지만 지금도 기억나는 몇가지 대목. “우리는 가정에서 이해시키려 말하는 게 아니라, 이해 받기에 말한다.” “죄인과 바리새인의 기도 비유. 우리는 이미 답을 알고 있기에, 당시 사람들이 받았을 충격을 받지 못한다 . 그럼, 비유가 비유인가. ” 하이데거, 불트만, 가다머, 비트겐슈타인, 그리고 에블링, 푹스, 크로산, 융엘 등 과거와 현재의 신학자, 해석학자 총출동. 얼마전 티슬턴이 쓴 고린도전서 - 해석학적, 목회적으로 바라본 실용적 주석을 서점에서 보고 바로 구매. 번역자가 , 내가 섭외를 해서 <  CBS성서학당 >  에 모셔왔던 권연경 교수라서 얼마나 놀랐던지! (번역 아주 좋음). 그 다음 녹화 때 권연경 교수에게 물었다. 그럼 티슬턴 교수 직접 본 적 있으시겠네요? (, 좀 깊이 있는 질문할 걸...에궁).
 
6. 리어 왕(셰익스피어 지음, 김정환 역,아침이슬)
20054월 에드워드 윌슨이 쓴 통섭- 지식의 대통합이 최재천,장대익 공역으로 한국에 소개됐다. 20062월 웬델 베리의 삶은 기적이다 - 현대 미신에 대한 반박이 녹색평론사에서 나왔다. 웬델 베리는 이 책에서 에드워드 윌슨의 통섭개념을 비판한다. 인간을 과학주의의 눈으로 해석하고  < 설명해버리는 것 >  .그 환원주의를. 1장에 베리의 이런 고백이 나온다. “지난 45년 동안 나는 여러번 리어 왕에게로 돌아왔다.” 그때 궁금해졌다. 한 사람이 45년 동안 읽는 책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까? 왕에게 충성했으나 왕의 어리석은 분노와 오만 때문에 두 눈을 잃게 된 백작은 이렇게 말한다. “눈이 보일 적에 나는 오히려 헛디뎌 넘어지곤 했다”. 모든 걸 설명해내려는 과학주의. 리어 왕은 묻는다. “당신이 살아 있다는 것은 기적입니다. , 말을 해보세요.” 마지막 말은 이런 뜻이리라. “설명하려하지는 마세요”. 참고: 김정환 역의 상기 리어 왕에선 위에서 소개한 문장을 이렇게 번역했다. “ 난 길이 없어. 그러므로 아무 눈도 필요없어. 눈이 보였을 때 나는 비틀거렸다네...” 이제 나도 종종 리어 왕을 읽는다.
7. 요한 크리스토프 아놀드, 아이들의 정원, 달팽이
자녀 교육에 관한 책을 쓴 가장 좋은 저자를 고르라면 주저 않고 요한 크리스토프 아놀드를 꼽는다. 이 책을 비롯한 그의 저작은 나와 안해가 아이들을 낳고 키우는 데 있어 오랫동안 길잡이 역할을 해주었다. 책을 펴서 읽어나가면 알겠지만 매 페이지, 매 문장이 주옥같다(김용민처럼 발음하면 곤란!). 자녀를 양육하고 있는 부모는 물론이거니와 비혼들이 읽어도 큰 통찰을 안겨 줄 책이다.
8. 양희송 다시 프로테스탄트복 있는 사람
고백하건대 친한 사람의 책은 잘 안 읽게 된다. 사실 이 책도 받아놓고는 아직 못 봤다(저자 사인본을 증정해주지 않아서 삐친 건 아니다! 요즘 넘 바쁘고 몸도 안 좋았다 ㅠㅠ). 그럼에도 뻔뻔하게 이 책을 추천 도서에 등재하는 건 오랜 세월 봐왔던 양희송의 통찰과 필력을 신뢰하기 때문이다. (...pause...) 아무래도 서문은 보고 추천해야 할 것 같아 지금 막 서문을 읽었다. 기대해도 좋다.
9. 노트커 볼프, 마티아스 드로빈스키, 그러니, 십계명은 자유의 계명이다, 분도출판사
얼마 전 한백교회에서 했던 지금 여기로 걸어나온 십계강의를 준비하고 있는데 마침 분도에서 신간으로 보내줘서 읽은 책이다. 베네딕트 수도회의 수장인 분이 쓴 책이라 엄청 기대가 됐는데 실제로 서문에서부터 튀어나오는 풍성한 통찰에 마구 밑줄을 그어댔다. 내가 눈여겨봤던 4계명을 다룬 챕터에서 두 문장을 인용해본다.
자식들은 부모가 세상을 살아가며 모든 것을 바르게 행하지는 않더라도, 심지어는 부모가 완벽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은 바로 그때에 부모를 공경하고 존중하고 사랑하려고 노력하게 된다.”
자식의 영혼이 상처를 받거나 억압을 당하고 비현실적인 기대로 인해 억눌리고, 신체적 학대를 당하고 성적인 폭행을 당했다면 도저히 용서하기 힘들 것이다. 이런 경우 부모가 먼저 용서를 구할 수 없다. 자식들 스스로 용서를 원해야 한다. 왜냐하면 용서의 여지조차 없다면 희생자는 이중으로 고통 받기 때문이다. 과거의 사건이 여전히 자신을 지배하도록 둔다면 부모가 계속해서 자신을 학대하도록 허락하는 것이다.”
10. 크리스채너티 투데이 코리아(CTK), 201211월호
이 잡지에 지난 6월부터 활짝이란 꼭지에 밀월일기비스무레한 글을 연재하고 있다. 책숨위원에 가세, 이 달의 책을 선정하고 서평을 쓰고 있다. CTK는 주어진 프레임을 존중하면서도 그 안에 갇히지 않고 절실한 목소리를 내려고 애쓰는 잡지라 애정이 간다. 복음과상황에 비해 폭이 좁다는 말이 있지만 어디든 그런 문제는 있기 마련이다. 진보 측에서 나오는 학술지에도 똑같은 불만은 있다. 문제는 그 제약을 어떻게 창조적으로 다루느냐일 터인데 CTK는 이 점에서 모범이 된다. 이 일을 위해 수고하는 편집장과 모든 분을 응원한다. 매달 짭짤한 읽을거리가 많지만 11월호에는 특히 아빠가 딸에게’ ‘나도 저지른 잘못, 아이들에게 하지 말라고 어떻게 말할까?’가 우리 부부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
11. 송강호, 평화, 그 아득한 희망을 걷다, Ivp
책 소개 할 필요를 딱히 느끼지 않는다. 그냥 읽어라! 다만 이 책이 나왔을 때 쾌재를 불렀다는 사실만은 밝혀둔다. Ivp에서 볼 수 없던 유의 책이 나왔기 때문이었다. 복음주의는 물론 기독교 전체의 외연과 지평을 넓혀 주는 이런 책이 자주 등장하길 기대해본다. 명실상부 이 책의 산파 노릇을 해준 편집자 김진형 간사님의 이후 맹활약을 기대했는데 얼마 전 퇴사를 해서 참 아쉽게 생각한다. 송강호가 없었다면 이 책도 없었겠지만, 김진형이 없었어도 이 책은 없었을 것이다


신동주 | CBS PD
박총 | 도심형 재속재가수도원 신비와저항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