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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4월 8일

우연


내 생일 아침아내는 어제 늦게까지 빵을 구웠기에 아직 잠자리에 있고, 아이들은 농구하러 갔고, 난 혼자 부엌에 앉아서 글 쓸 마음의 준비하고 있음. 사람들은 왜 가장 좋아하는 것을 할 때도 종종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할까. (내게 그 셋은, 기도,글쓰기, 나머지 하나는 비밀.) 어제는 앤,이라고 하는 분이 불신자들을 대상으로 목요일마다 여는 창조와 진화 토론회에 갔었는데, 강사는 이제 한국에서도 유명한 브룩스씨. (브룩스씨는 캔자스대학에서 생물학 박사학위를 땄으며,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말벌연구를 했고, 아프리카에는 그가 세계최초로 발견한 말벌 종도 있음. 브룩스씨, 그 말벌에 자신의 아내 이름 로빈, 붙였으나, 로빈은 거의 관심 없는 듯.) 


어제 브룩스씨, 쥐덫을 갖고와서 사람들 앞에서 분해(전부 8개 파트)하더니, 투명한 빈 플라스틱 상자에 넣고는 흔들기 시작. "우리가 이렇게 수십억년을 흔들면 우연이 겹치면서 다시 쥐덫으로 조립될 수 있다는 게 진화론입니다." 어려운 분자 방정식과 irreducible complexity 같은 이론도 소개했으나, 난 집에 오면서 쥐덫이 들어있던 투명한 박스 생각.
 
"내 삶이라는 박스" 속에서 나 가끔 , 내가 조립하지 않은 "아름다움""거룩" 발견. (당신도 마찬가지이리.) 나를 오래 흔들면, 게으르고 음란하고 자기중심적인 나도 오래 흔들다보면, 어느날 그리스도 닮는 순간 온다고? 아주 오래 흔들다보면 우연히"우연"이라는 단어, 보통 단어가 아닌 거 같다. 모든 것을 설명해 버리는, 게으름의 단어. 외면과 회피의 단어. 부정의 단어. 나 이 단어, 누가 만들어냈는지 알 것 같다. 루시퍼, 땅으로 떨어질 때, 이 단어 하나 급히 챙겼다.  
오늘 아침, 내가 오랫동안 이해할 수 없었던 성경 본문 하나, 설명할 수 있을 거 같다. 예수한테 고침을 받은 한센병 환자 열 명. 그 중에 한 명만 예수께 돌아와 감사의 경배 드렸다. 내 의문. "어떻게 감사를 하지 않을 수 있지? 그 지독한 한센병이 나았는데! "
이랬으리라. 그 아홉 명, 갑자기, "우연일 수 있잖아", 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걸로 끝.
어리석으며 동시에 무시무시한 단어.
저를 이 단어에서 구원하소서.
매일 밤, 하루를 살고 난 뒤 , 당신 찾아가는 "한 명"되게 하소서.
2012.12.28.



*요즘 이런 생각이 듭니다. '진화'라는 말의 상대어는 '창조'가 아니라 '모든 종은 처음부터, 그 종의 온전한, 완전한 상태로 존재했음'이라고. '창조'라는 말의 반대어는 '우연'이고.  진화냐, 처음부터 완전한 종이었냐,하는 문제는 과학적으로 다투면 되고. 이건, 성실한 과학자들의 도움을 받아야 하고, 받으면 되고그러나, '우연'에 대해선, 과학자들의 도움 없어도, 차분하게 생각해보면, 그 우연 이란 기반 위에선 우리 인간의 의미있는 행동, 언어, , 문화가 다 무너진다는 것을 알게 됨. 우연을 주장하는 이들의 주장의 근거도 그 근원이 우연성에 있으니, 그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일 필요없다는 게, C.S.루이스의 지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