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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4월 3일

롤리항공 이야기

40대의 뚱뚱한 백인 남자가 자기 자리에 도착해, 자신의 옆자리에 60대 후반으로 보이는 흑인 노인이 앉아있는 것을 보았다. 분노에 찬 그가 승무원을 불렀다. “선생님 무엇이 문제인가요?” 라고 승무원이 물었다.“당신 눈에는 이게 안 보이나요? 지금 내 옆에 저렇게 흑인이 앉아 있잖아요. 나는 흑인 옆에 앉을 생각이 없소! 자리를 변경해 주시오!” “선생님, 진정해주십시오” 승무원이 말했다. "안타깝게 현재 모든 좌석이 다 찼지만 빈 곳이 있는지 다시 한 번 확인해보겠습니다” 자리를 떴던 승무원이 얼마 뒤 돌아왔다. “선생님, 아까 말씀드린 대로 지금 저희 이 이코노미 클래스엔 빈 자리가 없습니다. 기장님께 다시 한 번 문의한 결과 역시 빈 자리가 없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남자가 뭐라고 대답하기도 전에 승무원이 말을 이었다. “저희 회사는 지금까지 이코노미 클래스의 승객을 퍼스트 클래스로 이동시키는 일은 거의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지금 상황처럼 저희 승객으로 하여금 불쾌한 사람 옆자리에 앉아 여행 하도록 하는 것은 저희 회사의 원칙과 위신을 떨어뜨리는 일이 될 거라는 게 저희 기장님의 생각입니다.” 그러면서 스튜어디스는 그때까지 말없이 앉아 있던 흑인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이렇게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선생님, 번거로우시더라도 가방을 챙겨주시면 저희가 선생님을 퍼스트 클래스로 모시도록 하겠습니다” 그러자 남자의 무례한 행동을 보며 충격을 받았던 모든 탑승객들은 환호하며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승객 일부는 자리에 일어나서 환호하며 박수를 쳤다. *당신이 인종차별에 반대한다면 이 글을 공유해주십시오! *SHARE IF YOU ARE AGAINST RACISM! 위 짧은 글은 제가 어제 페이스북에서 읽은 것이어요. (원문은 영어로 되어 있었는데 제가 우리 말로 번역을 했어요). 글쓴이는 'Otunba Malay'라는 이름의 사람이었는데, 제가 글을 읽는 순간 무려 37,616명이 그 글을 공유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얼마뒤 이 글은 곧 사라졌어요. 꾸며낸 이야기였을까요? 그래서 문제가 됐던 것일까요? 그래서 저는 그 글을 번역을 하면서 (혹시 문제가 될지 몰라) 항공사 이름, 등장하는 남녀의 성별과 나이 모두를 완전히 바꿨어요. 다른 이야기이면서 같은 이야기이지요. 저는 처음 이 인상적인 글을 읽고 제가 ‘감동’을 받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제 마음이 편치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아니, 몹시 불편했어요. 그래서 저는 제게 감동을 주는 이야기를 스스로 한번 써 보기로 했어요. 아래 그 스토리가 있어요. 1. 노인은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일등석으로 가지 않으시겠어요?” 승무원은 의아한 듯 물었다. 박수를 치던 다른 승객들도 다들 놀란 얼굴로 그를 쳐다보았다. “예. 이 자리에 앉겠습니다.” 2. 비행기 안은 조용했다. 다들 기내 영화를 보고, 아이패드로 게임을 했다. 앞좌석에선 아이 하나가 큰 소리로 울고 있었다. 30분 전 비행기가 출발할 때 일어났던 그 사건은 이제 점점 승객들 뇌리에서 사라져가고 있었다. 굳은 표정으로 앞좌석만 바라보던 백인 남자가 입을 연 건 그 때였다. 고개를 돌리지 않고, 여전히 앞좌석을 바라보며. “혹시 왜 자리를 옮기지 않았나 물어봐도 될까요?” 고열에라도 시달리고 있는 듯 남자의 목소리는 몹시 떨리고 있었다. 3. 시카고 공항에 도착해서 캔자스행 비행기로 갈아타기 위해 기다렸다. 6개월만에 보는 아들은 또 얼마나 컸을까. 책을 좋아하는 아들은 지난 여름 한국에 왔다 돌아갈 때도 교보에서 5권짜리. 『레미제라블』 세트를 사 갔었다. 비행기 탑승 시간까지는 세 시간이 남았다. 사실 모든 사건을 바로 옆자리에서 목격했던 내게는 한 가지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가 있었다. 노인에게 자리를 옮기지 않은 이유를 묻던 백인 사내의 떨리던 목소리, 분명 어디선가 한 번 들어봤던 목소리였다. 처음보는 얼굴이었는데 어디서 들었을까? 언제나처럼 공항에서 기다리는 시간은 무료하다. 그건 그렇고, 아들은 그 책을 다 읽었을까. 드디어 캔자스행 비행기의 탑승 개시를 알리는 불이 들어왔다. 탑승을 알리는 안내 방송 소리가 들린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옆에 두었던 짐 가방을 들었다. 그 순간이었다. 몇시간 동안 풀리지 않았던 그 목소리의 정체가 떠올랐다. 귀에 익은, 아니 눈에 익은 그 목소리의 남자를 처음 만난 건 『레미제라블』에서였다. 4. "나는 당신에게 촛대도 주었는데 왜 당신에게 준 그릇이랑 함께 가져가지 않으셨소?" 장발장은 눈을 커다랗게 뜨고 인간의 그 어떤 말로도 설명하기 어려운 표정을 지으면서, 이 거룩한 주교를 바라보았다. 장발장은 금방 실신할 것 같았다. "나를 정말 풀어주는 겁니까?" 장발장은 온몸을 와들와들 떨고 있었다.(『레미제라블』 제1권 중) 5. 그 기내에서 정의는 이루어졌다. 그러나 그것만이라면 나는 불안하다. 이것이 이 세상에 존재하는 스토리의 전부라면. 모욕한 자를 떠나지 않는 사람의 스토리가 정녕 없다면. 내가 나의 잘못을 깨우치는 유일한 방법이 모든 사람의 비웃음 속에 좌석에 홀로 앉아 가는 것이라면. ‘인종차별’을 심판하는 이야기만 있고 ‘인종차별주의자’를 구원하는 이야기가 없다면. 나는 불안하고, 감동받지 못한다. 주 예수님. 당신은 왜 자리를 옮기지 않으셨는지요, 저를 떠나. 2012.1.31. 신동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