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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4월 8일

상주 애플피씨방


상주 애플피씨방. 너무 오래간만에 왔더니 모든 게 낯설다. 일단, 피씨를 켜지 못했다. 옆 사람에게 물어보기 싫어서, 누가 켜놓고 간 자리로 옮김. 상주에는 저녁 6시에 도착. , 어머니가 터미털에서 날 기다리고 계셨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어머니의 행동 .나오지 마시라고 전화했었는데. 그렇지만 화내지 않고, 그냥, 안 추우셨어요, 라고만 함. 어머니가 저녁하시는 동안 오래간만에 누워서 무한도전 봄. 무한도전 하기 전에, 감자칩 광고가 하나 나왔는데, 수지가 광고하는 수미칩광고. 혼자 감동해서 봄. 어머니가 해주신 삼겹살과 김치찌개 먹음. 저녁 다먹고, 커피를 마시는데, 어머니가 과자도 먹어라, 하시며 미리 사놓으신 감자칩 -수미칩! - 세 봉다리 주심. 내가, 감사합니다! 하고 큰소리로 말하며 좋아하니까, 먹는 거 줄 때 이렇게 좋아하는 거 첨 본다, 하심. 한 봉지 다 먹고, 두 번째 봉지 뜯어서 계속 먹자, 어머니 걱정하시며, 세 봉지 다 먹지는 마라. 오늘 무한도전은 - 거의 일년 만에 봤는데- 참가자들이 1년 전 '과거의 나'와 체력을 겨루는 것. 20121년 전에 했던 똑같은 내용의 운동을 함. (윗몸일으키기, 100미터, 턱걸이... ) . 오늘 영상을 과거 영상과 비교해 보여줌. 몹시, 인상적이었던 것은, 승패가 대부분, 한 걸음이나 두 걸음 차이로 갈림. 0.1. 0.2. - , 퇴보하지 않고 유지만 하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음. 그냥 저절로 되는 거 아무것도 없었음. 동물들은 모르겠는데 적어도 인간을 - 적어도 나를 - 설명하는 적절한 이론은 진화론이 아니라 퇴화론 같음. 엄청나게 게으름. 나의 본성과의 싸움. 무한도전이 이런 프로그램이었나! 보면서, 인간과 과학과 종교에 대해서 생각. 어머니가 엠비씨뉴스를 보시기에 요즘은 에스비에스가 더 나아요, 하고 같이 에스비에스 뉴스 봄. 다 보고 어머니, 피씨방 좀 갔다올께요 했더니, 어머니가 주머니에서 만 원을 꺼내주심. 이걸로 피씨방값내라. 아무말 하지 않고 받음. 어머니가, 조심해라. 깡패 만나지 말고. 만나면 이 만 원 주고 풀려날께요. 어머니 웃으심. 낮에, 동기 한 명이 모친상을 당해 병원에 문상. 내가 위로해 주려고 갔는데, 내가 더 위로 받고 왔음. 이야기 도중, 큰 물에서 논다, 라는 것이 뭘까, 하는 얘기 잠시 나왔음. 둘의 결론.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 큰 물에서 놀더라도 - 우리가 물고기라고 가정할 때 - 우리가 먹는 물의 양, 우리가 주위에 주는 영향은 결국 그렇게 크지 않다. 소위 작은 물에서 놀 때와 동일. 큰 물 작은 물이 중요한게 아니라, 내가 나눌 게 있는지가 중요. 나누는 삶은, 작은 삶이 아니다. 우리의 결론. 병원을 나와, 시간이 급해, 택시 타고 일원역에 가서 지하철 타고 강남터미널 도착. 한겨레21을 한 권 삼. 320분 출발. 타자마자 곧 입 벌리고 잠 듦.